두산 투수
콜 어빈은 올 시즌 비교적 큰 기복을 보이고 있다. 시즌 14경기에 등판해 5승 7패 평균자책점 4.86,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 1.38을 기록 중인 그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의 투구 내용은 소위 '퐁당퐁당' 피칭의 전형을 보여준다. 6월 10일 한화전에서 6이닝 1실점, 5월 23일 NC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에이스의 면모를 과시했지만, 가장 최근 등판인 6월 17일 삼성전에서는 2.2이닝 동안 무려 13개의 안타를 맞으며 8실점하는 최악의 투구로 무너졌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통산 9이닝당 볼넷 허용(BB/9)이 2.16에 불과했던 빅리그 시절과 달리, 올 시즌 KBO에서는 9이닝당 볼넷이 4.38개에 달하며 리그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12개의 몸에 맞는 공 역시 리그 1위로, 이는 단순히 스트라이크 존 적응 문제를 넘어 제구력 자체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음을 시사한다. 그의 투구 메커니즘 혹은 심리 상태에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기복은 그의 투구 모델이 지닌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어빈은 압도적인 구위로 타자를 윽박지르기보다, 정교한 제구를 바탕으로 맞춰 잡는 유형의 투수다. 그러나 제구가 흔들리자 그의 생존 공식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제구 난조로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면서 어쩔 수 없이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공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이는 삼성전에서 나타난 대량 안타 허용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그의 주무기인 싱커와 커브가 우타자에게 얼마나 정교하게 구사되느냐가 이번 등판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개막전이였던 SSG를 상대로한 지난 맞대결에서도 제구력이 말을 듣지 않았다.
- 두산 타선
득점권에서의 고질적인 침묵에 시달리고 있다. 팀 타율은 0.256으로 리그 6위 수준이지만, 팀 득점은 313점으로 9위에 머물러 있다. 안타 생산 능력에 비해 득점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 현상은 득점권 찬스에서의 해결 능력 부재를 의미한다. "주자만 나가면 답답해지는 흐름"이라는 평가는 시즌 내내 이들을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최근 5경기에서도 9득점, 6득점을 올리며 폭발하는 경기가 있었지만, 3득점, 5득점에 그치거나 24일 경기처럼 무득점으로 묶이는 등 극심한 편차를 보였다. 좌타자에게 약점을 보이는 김건우를 공략해야 하지만, 정교함을 보여주는 선수가 부족하다. 결국 김재환, 양의지 등 중심 타선이 김건우의 약점을 얼마나 집요하게 파고들어 득점권에서의 침묵을 깰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 SSG 투수
김건우는 높은 잠재력과 뚜렷한 약점을 동시에 지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유형의 경험이 적은 신예 투수다. 그는 올 시즌 데뷔 이후 가장 많은 27경기에 등판해 2승 3패 평균자책점 4.58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6월 4일 삼성전에서는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5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데뷔 첫 선발승을 거두는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약점은 제구력 불안이다. 이로 인해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조기 강판되는 경우가 잦았다. 최근 등판 기록을 보면 2.1이닝, 3.1이닝, 2.2이닝 등 5회를 채우지 못한 경기가 대부분이며, "제구가 문제였다"는 평가가 반복적으로 따라붙는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극단적인 좌우 타자 상대 편차다. 그는 올 시즌 우타자를 상대로는 평균자책점 2.51, 피안타율 0.176이라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좌타자에게는 평균자책점 11.29, 피안타율 0.394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약점을 넘어 사실상 좌타자를 상대로는 정상적인 투구가 불가능한 수준임을 의미한다. 결국 두산의 좌타 라인, 특히 김재환과 같은 핵심 타자를 상대로 어떤 투구 패턴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 SSG 타선
객관적인 지표상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SSG가 기댈 유일한 희망은 바로 최정의 복귀다. 그의 존재감만으로도 상대 투수진에 가하는 압박감은 강하다. 상대 투수는 최정과의 승부를 피하기 어렵고, 이는 자연스럽게 한유섬, 에레디아 등 후속 타자들에게 더 좋은 공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지난 경기에선 결과를 만들지 못했지만 상대의 제구가 흔들린다면 장타를 통한 변수를 노릴 수 있다. 실투를 기다렸다가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리는 것이 그들의 가장 유력한 승리 시나리오다.
- 결론
우천으로 빠르게 경기결과가 나온 것이 오히려 불펜 소모가 없었던 SSG에겐 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SSG가 지난 경기의 아쉬움을 털어내며 시리즈를 동률로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선발 맞대결에서는 양 팀 모두 제구력 불안으로 인한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장타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갈 수 있는 SSG 타선이 먼저 변수를 만들며 리드할 수 있을 것이고 필승조 불펜 싸움에서는 SSG도 밀리지 않는다. 오버와 함께 SSG의 승과 핸승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