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기의 선발 매치업은 '신인의 패기'와 '베테랑의 안정감'이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토론토는 22세의 루키 트레이 예사비지에게 팀의 운명을 맡기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2025년 9월 15일에야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신예로, 포스트시즌 등판을 포함해 단 5번의 선발 경험만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경기에 신인을 투입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지만, 그의 세이버메트릭스 지표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정규시즌 14이닝 동안 기록한 그의 평균자책점(ERA)은 3.21이었으나,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은 2.34로 훨씬 낮았다. 이는 불운이 따랐을 뿐, 실제 투구 내용은 훨씬 뛰어났음을 시사한다. 그의 탈삼진-볼넷 비율(K-BB%)은 14.5% (K% 25.8%, BB% 11.3%)로 신인치고는 준수하지만, 제구에 다소 기복이 있음을 보여준다. 예사비지의 가장 큰 무기는 평균 94-95마일의 평범한 구속을 상쇄하는 99번째 백분위수에 해당하는 강력한 수직 무브먼트(IVB)의 포심 패스트볼이다. 여기에 총 무브먼트가 99번째 백분위수에 달하는 스플리터와 다른 구속대의 슬라이더를 섞어 던진다. 하지만 지난 ALCS 2차전에서 시애틀 타선은 그의 스플리터를 철저히 공략하지 않고 참아내며 4이닝 5실점을 안겼다. 이번 등판의 성패는 그가 이러한 시애틀의 전략에 맞춰 투구 패턴을 어떻게 수정하느냐에 달려있다. 특히, 그의 주무기인 하이 패스트볼은 타자 친화적인 로저스 센터에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로저스 센터의 홈런 파크 팩터는 119로, 리그에서 가장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 중 하나다. 제구가 흔들려 하이 패스트볼이 실투가 될 경우, 이는 단순한 뜬공이 아닌 장타로 이어질 치명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반면, 시애틀의 선발 로건 길버트는 팀의 개막전 선발투수로서 안정감과 경험을 겸비했다. 특히 ALDS에서 구원 등판까지 소화한 힘든 일정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마운드에 오른다는 점이 큰 이점이다. 그의 2025시즌 정규시즌 성적은 압도적이었다. 3.44의 ERA를 기록했지만, FIP는 3.35, xFIP는 3.02로 실제 투구 내용은 리그 최상위권 수준이었다. 특히 26.5%에 달하는 경이로운 K-BB% (K% 32.3%, BB% 5.8%)는 그의 완벽한 제구력과 타자를 압도하는 능력을 증명한다. 그는 90마일 중반의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주력으로 구사하며, 스플리터를 결정구로 활용한다. 길버트의 투구에서 주목할 점은 그의 뛰어난 익스텐션이다. 투구 시 몸을 앞으로 최대한 끌고 나와 공을 던지기 때문에 타자들은 그의 95.4마일 패스트볼을 실제보다 훨씬 빠르게 느끼게 된다. 이는 2025시즌 리그에서 가장 낮은 헛스윙 비율(20.8%)과 가장 높은 체이스 컨택 비율(64.5%)을 기록한 토론토의 '콘택트 야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요소다. 토론토 타선이 길버트의 체감 구속에 적응하여 자신들의 타격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길버트의 익스텐션이 토론토의 장점을 무력화시키고 약한 타구를 유도해낼지가 경기 초반 흐름을 결정할 핵심적인 관전 포인트다.
경기는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전개될 것이다. 토론토 선발 트레이 예사비지는 짧은 이닝을 책임진다는 각오로 전력 투구를 하겠지만, 시애틀의 강타선을 상대로 초반부터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로건 길버트는 안정적인 투구를 펼치겠지만, 토론토의 끈질긴 타선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고 득점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다. 경기의 승패는 4회에서 6회 사이에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시애틀이 예사비지를 조기에 강판시키고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토론토 불펜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다면, 경기는 시애틀 쪽으로 급격히 기울 것이다. 반대로 예사비지가 3-4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고 리드를 지키며 불펜에 공을 넘긴다면, 토론토는 맥스 슈어저와 같은 비상 카드를 활용해 경기를 지켜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번 경기의 승패를 가를 단 하나의 결정적인 변수는 **'트레이 예사비지의 첫 3이닝'**이다. 모든 것이 이 신인 투수의 어깨에 달려있다. 만약 그가 초반 3이닝을 효과적으로 막아낸다면, 존 슈나이더 감독은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라 불펜을 운영하며 경기를 주도할 수 있다. 이는 슈어저와 같은 핵심 불펜 카드를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투입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가 초반에 무너지거나 제구 난조로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다면, 토론토의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이는 심리적으로 위축된 불펜을 예상보다 일찍 가동시켜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며, 시애틀 타선에게는 상대적으로 약한 투수들을 상대로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올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예사비지가 마주할 첫 아홉 개의 아웃카운트가 토론토의 월드 시리즈 도전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